제주항공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의 책임이 이스타항공에 있다고 공식화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날 입장 발표는 지난 1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10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 해소 기한인 전날(15일) 자정을 넘긴 데 따른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위태롭다. 전날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거래 관련, 거래 종결에 비적극적인 HDC현대산업개발에 "한 달 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나 HDC현대산업개발 측에서 계약 종결에 대한 의사 표명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두 빅딜이 흔들린 배경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3월부터 국내 항공사의 여객 수요는 80~90% 급감했다. 항공업계는 고정비 부담이 높은 탓에 매출이 줄면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제주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각각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그대로 진행할 경우 동반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 폭의 2배에 달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한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흥행에 실패한 상태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존폐기로에 선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빅딜이 무산될 경우 법정관리행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 외 인수할 마땅한 기업이 없는 탓에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인수합병이 무산돼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회생보다는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특혜논란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M&A가 성사되기 위해선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항공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면 항공업계가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 파기의 책임을 인수자에게만 물을 순 없다"며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면 항공업계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항공 수요는 예전만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참에 저비용항공사(LCC)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 또한 내심 이같은 입장일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조건으로 총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 수 300인 이상, 3년 치 경영 실적 등을 요구했었다. 이를 충족하는 LCC는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에둘러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것이란 분석이 업계 일각에서는 나왔다.
July 16, 2020 at 1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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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일 줄 알았는데 노딜 유력… “아시아나·이스타 법정관리 불가피"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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